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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때, 이른바 사법피해를 입었다는 분들을 곁에서 지켜보게 된 적이 있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재판 기록을 보면, (법관이 아닌 예사 사람의 상식으로 봤을 때)이런 증거를 가지고 어떵게 졌을까 싶은 기록들도 있었지만(그 맞은 편 증거 자료는 못 본 상태에서 그랬다는 얘기다. 맞은 편 증거는 얼마나 더 치밀했는 지는 나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감정적이고 구구절절하기만 했지 마음에 와닿는 큰 한방이 없는 것들도 꽤 있었다.
사람을 보자면 어느 사회나 그렇듯 순해 빠져 보이는 사람부터 인상이 좀 날카로운 사람까지 다 있으나, 인상이 죄가 있고 없고를 가려주는 것도 아니었고, 또 얘기를 나눠보면 다들 억울하다면서 가끔은 우는 사람까지 있으니 그 분들 스스로는 정말 억울해 하는 것 같다.

만약 내가 판사라면 그 분들 손을 들어줄 수 있을까? 만약 여러분들이 내 처지고 판사라면 그 분들 손을 들어줄 수 있을까?
확신하건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아직 그 맞은 편 얘기도 들어보지 못 했을 뿐만 아니라, 그 분들의 절절한 사연은 판단 기준도 아니기 때문이다.
미안하게도 정말 미안하게도 누구 말처럼 ‘내가 살아있는 것 자체가 증거’라는 식은 법리 다툼에선 아무 도움도 되지 않으며 그런 감정적 표헌이 고려되어서도 안 된다.(그런 건 그냥 사람들에게 하소연할 때나 할 법한 소리다.)
사법 피해를 입었다는 분들 절절한 얘기를 듣다보면 가슴 아프고 함께 공감하며 울분을 토하게 된다. 억울하지 않은 것 같은 분 없고 진실 같지 않은 얘기 없다.
하지만 판사 앞에서 ‘내 말은 진실이 아니오’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법관은 법리를 다루는 사람이고 법리를 다룸에 잘못이 있다면 모르되 법리에 따른 ‘결과’가 잘못되었다면 그건 법을 바꾸어야 할 일이라 본다.

요즘 판결 결과를 두고 말이 많은 일이 많이 생기고 있다. 가끔은 내가 봐도 얼토당토 않다 싶은 판결도 있다.
하지만 법관 문제인지 법의 문제인지 잘 살펴야 한다.
그 화살을 잘못 겨누면 생각한 것을 잡을 수도 없거니와 엉뚱한 걸 죽일 수도 있다. 문제만 꼬이게 만들고 갈등만 잔뜩 키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엉뚱하게 갈등이 심해지면 죽어나는 건 애먼 밑바닥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