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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 여러 방면에서 불평등을 없애자는 목소리와 그러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것은 무척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그것이 지나쳐 오히려 새로운 갈등과 불평등을 만드는 일도 있습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자주 문제가 되어 오던, 가족관계에서 여성 쪽의 불평등은 특히 유학이라는 고리타분한 사상과 함께 우리 생활 곳곳에 뿌리내려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것은 분명 고쳐 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런 문제를 풀 정책을 내 오면서 뿌리를 보지 못하고 현상이나 겉 모습만 가지고 잘못된 정책 혹은 잘못된 흐름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 쪽에 눈길을 주시는 분들께는 좀 미안하지만, 요즘은 여성이나 성소수자에게 눈길을 주면서도 오히려 옛날부터 관심을 끌던 장애자나 특히 요즘은 새로운 약자로 떠오르는 노인에 대한 정책이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일까지 생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것은 ‘사회적 약자’라는 큰 틀을 보지 못하고 사회적 발언권이 커진 쪽의 발언이 힘을 가지고 되다 보니 생기는 일이라고 봅니다.(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낼 때는 큰 틀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

특히 요즘 여성운동을 하는 쪽에서 가족 관계 속에서 호칭이 불평등하다는 문제 제기를 하는데, 그 문제 제기는 정당하나 예를 든 것이 너무나 이치에 맞지 않아 안타깝게 만듭니다.
그러다 심지어 이번에는 여성가족부(‘가족’ 안에 약자가 여성만 있는 것은 아닌데, 왜 부처 이름은 ‘여성’가족부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여성아동노인가족부’나, 아니면 성평등에 좀더 힘을 싣고자 한다면 차라리 ‘성평등가족부’ 정도가 더 옳지 않을런지…)에서도 가족 호칭이 성평등에 맞지 않다며 거들고 나선 모양인데, 우리말글에 관심이 있는 저로서는 그 근거가 무척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입니다. 정책을 내오거나 혹은 정부 부처에서 의견을 낼 때는 제발 공부, 연구 좀 하고 말을 꺼냈으면 좋겠습니다.
흔히 보기를 드는 ‘아가씨’는 흔히 여성단체나 일부 여성주의자(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듯 아랫사람이 상전을 부를 때 쓰던 말이 아니며 시집갈 나이의 여자를 이르는 말일 뿐입니다.(물론 여러가지 쓰임 가운데 아랫사람이 미혼의 양반집 딸을 부를 때 쓰기도 했습니다.)
또한 ‘아가씨’나 ‘도련님’의 경우와 달리 ‘처남’, ‘처제’ 같은 말이 낮춰 부르는 말이라 주장하지만 그 말 자체가 낮춰부르는 말은 아닙니다. 굳이 그렇게 얘기하자면 ‘아가씨’, ‘도련님’의 경우에 견줘 볼 때 그 쪽은 높여 부르고 이 쪽은 높이지 않는(!- 낮춰 부르는 것이 아닌!)지를 따질 수는 있을 것입니다.(물론 이 논리도 확정적인 건 아닙니다.)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는 한자말이 오히려 높여부르는 말인 경우도 많으며(‘아버님’은 일상적인 높임이지만 좀 다른 쓰임이지만 ‘춘부장’하면 무척 예의를 차려 높여 부르는 말이 됩니다.) ‘처남’이나 ‘처제’ 같은 말만 가지고서 높고 낮음을 따질 수 없는 것은 그 반대로 여자 집안 쪽에서 장가 간 남자를 부를 때 ‘매형’, ‘매부’ 같이 부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논리라면 높은 시댁 쪽, 그것도 어려워 해야 할(장모마저 설설 기는?) 형제의 남편을 막 불렀다는 얘기 밖에는 안 됩니다.(따라서 ‘처남’, ‘처제’ 같은 경우나 ‘매형’, ‘매부’ 같은 경우는 굳이 높이는 말이 따로 안 붙어도 그 자체로 높이는 말이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좀 덧붙이자면, ‘시집’은 높여서 흔히 ‘시댁’이라 하고, 아내 쪽 집안은 ‘처가’라고 하는 건 남편 쪽 집안은 일상적으로 자주 이를 일이 많았던 데 견줘 아내 쪽 집안을 이를 일이 별로 없었던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굳이 아내쪽 집안을 높여 이르고 싶을 때는 ‘처가댁’이라고 높여 쓰기도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유교 사회질서에서 여자 쪽 집안은 멀다 보니 부르는 말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는 건 분명하고, 무엇보다도 시집 온(!-안타깝게도…) 여자가 여러가지 불평등에 시달렸던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본질(평등한 가족 관계)을 고쳐 나가면서 그에 따라 그 겉껍데기는 정부 부처가 나설 일이 아니라 시민사회에서 갑론을박을 통해 그리고 사회구성원의 합의를 통해서 바뀌어 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속에서 정부 부처도 나름의 연구 결과를 가지고 의견을 말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대로 연구된 결과여야지, 마치 예사 사람이 저잣거리에서 하고픈 말 하듯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 봅니다.
예사 사람들은 그럴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전문가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부처는 그러면 안 됩니다. 정부부처가 공부 없이, 연구 없이 하고픈 말 툭툭 내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