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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2018년 9월) 남편이 강제추행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 억울하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자세한 건 아래 고리를 보시고요…)

“남편 강제추행 판결 억울”…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 20만명 넘겨 – (사실 법률에서는 같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일반 정서상으로 보자면 ‘강제추행’이라기 보다는 그냥 ‘성추행’ 정도였다고 합니다. * 덧붙임. 다른 기사에서는, 여자 피해자가 ‘움겨잡’더라고 진술했다 합니다. 아마 이 때문에 ‘강제추행’이 된 듯…)

여러가지 기사에 따르면 가장 큰 증거는 CCTV 뿐인 모양입니다. 함께 있었던 분들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는 데 그건 아마도 ‘그러지 않았다’기 보다는 ‘그러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겠지요.(피고 쪽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으니 보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겠지만…)
그리고 CCTV에도 몸에 손을 대는 것이 찍힌 것이 아니라 옆을 지나간 정황과 함께 손을 앞으로 모은 것이 성추행 뒤의 행동으로 의심을 받았다는 것 같습니다.
여튼 졸지에 가해자가 된 그 사람은 물론이고 그 아내 되는 사람은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억울한 모양이고 그래서 청원에 함께 해 준 사람도 많은 모양입니다.

저는 이 일을 보면서 옛날 ‘O. J. 심슨 사건’이 떠올랐습니다.(이 역시도 자세한 건 ‘나무위키‘나 다른 기사들을 찾아보시고요… 다만 여기서는 얘기를 풀어 나가기 위해, 여러 정황은 물론 증거까지도 O. J. 심슨이 살인을 한 것처럼 나왔지만 그 증거의 신빙성 때문에 무죄로 풀려나 버리고 만 사건이라는 정도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솔직히 그 억울하다는 아내되는 사람도 진실은 알지 못합니다. 심지어 그런 짓을 한 적이 없다는 그 가해자 역시도 99%일 뿐 아주 살짝 스치고도 느끼지 못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반대로 피해자도 그 남자가 뒤를 지나가는데 엉덩이가 스친 느낌이 들어 성추행을 당했다 주장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이런 때에 어떤 판결이 가장 합리적일까요?

두 사건을 견줘 보자면, 앞 사건은 정황을 가지고 유죄를 내린 경우이고, O. J. 심슨 사건은 모든 정황과 증거에도 불구하고 틀릴 가능성을 보고 무죄를 내린 경우라 할 것입니다.
사실 어느 쪽이나 다 억울한 사람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이 더 나은 혹은 이치에 맞는 판결일까요?
형사소송법에서는 ‘범죄자 열 명을 잡지 못해도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는 만들지 말라’고 한다는데, 과연 그러해야 할까요?(역시나 ‘형사재판’은 예사 사람들 정서하고는 많이 동떨어질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얘기를 꺼낸 것은 다만 옛날 일이 떠올라서가 아니라, 요즘 ‘나도운동'(미투운동)으로 이와 비슷하다고 할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성범죄의 특성 때문에 딱히 증거라 할 만한 게 남아있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에 정황 만으로 죄를 묻는 것이 과연 올바를까요?
혹은 일벌백계를 위해서, 그리고 사회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그럴 싸하게 맞아떨어지는 정황이라면 죄가 있다고 보는게 맞을까요?
피해자가 여러분이나 여러분 가족, 아는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혹은 가해자가 여러분이나 여러분 가족, 아는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우리의 예사 정서로 판단해 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세상을 살아가는 건 결국 ‘우리’이므로…) 또 법의 잣대로 보면 어떻게 달라질까요?
공정한 판단을 위해 법 잣대를 존중하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세상을 살아가는 건 결국 ‘우리’이므로 우리의 상식과 판단에 따르는 것이 더 나을까요?

여러가지 일들을 보면서 이런 일을 두고 우리가 어느 정도는 서로 합의를 이뤄가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좀 더 많은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얼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