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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번 누군가의 말을 들어보고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어 그의 견해를 싫어한다면 그건 (요즘 흔히 말하는)’혐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번 의견을 들어봐도 도무지 얼토당토 않은 말만 하고 내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쪽으로만 주장을 하거나 나아가서는 (내가 듣기에)논리도 되지 않는 말로 억지를 부려서 더는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리고 그를, 그의 견해를 싫어한다면 그건 적어도 말뜻 만으로는 ‘혐오’가 맞다고 생각한다.(물론 ‘어떤’ 혐오인가 하는 다른 문제가 남긴 한다.)
다른 보기를 들어, 내가 누군가에게 ‘화냥년’이라 한다 치면 다들 ‘욕’을 한 거라 생각은 하겠지만 그것으로 ‘혐오’ 발언을 했다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아니면 ‘-년’이란 말이 붙었다고 여성 혐오 발언이라고 하려나…? ^^;;)
하지만 흔히 알려진 대로 ‘화냥년’ 말뿌리가 참말로 병자호란으로부터 생긴 ‘환향녀'(還鄕女)에서 바뀐 말이라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이런 배경을 생각한다면 아마도 ‘혐오’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하지만, 사실 ‘화냥년’이 ‘환황녀’에서 왔다는 증거는 없다고 한다. 병자호란 뒤 기록에 ‘환향’이나 ‘환향녀’를 언급한 기록 같은 것은 없다고 한다.)

요즘 ‘왜구’라는 말이 혐오 표현, 차별 표현이라는 주장들이 있는데, 한편으로는 옳은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본다.(짧게 적자면 ‘왜구’라는 것이 차별 발언이기도 하거니와 옛날에 ‘왜구’가 반드시 일본 출신 해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선 민중이 해적질을 하던 것도 함께 이른다는 그런 논리다.)
특히나 ‘할 수도 있다’고 한 것은 이런 것도 한번 살펴볼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우리가 ‘화냥년’이란 욕을 쓸 때 누가 그 역사에 얽힌 뒷 배경까지 생각해서 그 뜻에 들어맞는지를 생각해 가며 쓰겠는가!(욕은 그냥 욕일 뿐이요, 듣는 이가 기분 나쁘게만 할 수 있다면 그걸로 끝이다.)

아울러 ‘토착왜구’, ‘토왜’라는 말과 함께 살펴볼 말이 바로 ‘빨갱이’라는 말이다.
‘왜구’, ‘토착왜구’라는 말이 혐오 표현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논리가 바로 우리가 그토록 당했던 ‘빨갱이’와 같은 격의 말이라는 것이다.
‘빨갱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 역시도 참말로 그 사람이 공산주의자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공산주의자가 맞다면 공산주의자에게 공산주의자라고 하는 게 뭐 그리 큰일이겠는가! 거기다가 ‘빨갱이’라고 좀 낮잡는 들 뭔 대단한 일이겠는가!
하지만 ‘빨갱이’는 단순히 공산주의자를 낮잡는 말로서만 쓰이는 게 아니라 한 때는 그렇게 불림으로 목숨이 왔다 갔다 했던 역사가 있기에 이는 무척 다른 뜻을 가진다고 본다.
예를 들어서 중세 유럽에서 ‘마녀’라고 불리는 것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라 함부로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되었지만 요즘이야 그런 말을 듣는 들 기분이 나쁠 뿐이지, 목숨이 왔다 갔다 하지는 않는다.(쉽게 말하자면 중세 유럽에서 그 말은 혐오 표현이고 차별 표현이고 목숨을 앗을 수도 있는 무지막지한 폭력이었지만, 지금에서는 그냥 욕일 뿐이다. 들으면 기분 나쁜…)

‘토착왜구’ 혹은 ‘토왜’는 일본의 이익에 앞장서는 이를 욕하는 상징을 품은 말일 뿐이다.(‘상징’이다!)
그 말 자체로 아주 심각한 불이익을 당한다면 써서는 안 되는 말이라 할 수 있겠지만, 듣는 사람이 그냥 기분이 나쁠 수 있는 정도를 가지고 그 말을 못 쓰게 한다면 그건 아니라고 본다.(거듭 얘기하지만, 남이 들어 기분 나쁜 말은 안 쓰면 가장 좋다. 그런 세상이 된다면 더할 수 없이 좋겠다. 하지만 욕 먹을 짓을 하는 놈은 꼭 있고 그렇다면 그런 놈은 욕을 먹어 마땅한 거다.)
욕을 들어서 기분이 나쁜 것을 두고는 법에도 처벌이 있거니와, 늘상 욕먹는 직업인 정치인이 그런 말 정도로 법을 갖다 댄다면 그건 정치인 자격이 없는 거라고 본다.

사람이 들어서 기분 나쁜 말은 어떤 말이든지 안 쓰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런 말을 안 쓰는 세상이 되면 더없이 좋을 것은 말한 나위도 없다.
‘토왜’, ‘토착왜구’는 기껏해야 욕이고, ‘빨갱이’는 (다행히 지금은 그것 때문에 목숨을 빼앗기거나 하는 일은 더 이상은 없는 것 같다. 수 많은 사람들이 목숨 싸운 덕분에…)아직도 사람들 가슴에, 기억 속에 불도장과 같은 자욱을 남기고 있는 말이다.
이것이 어찌 같은 급이란 말인가!

그래서 나는 토착왜구 같은 자들에게 앞으로도 ‘토착왜구’란 말을 쓸 것이다.
내 논리가 틀렸다면 나를 좀 설복시켜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