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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관짝소년단’을 따라 한 의정부고 학생들의 졸업사진이 말이 많습니다.
저는 이런 것이 우리가 사회적인 대화를 나누고 사회적 인식을 모아가는 데에 무척 중요하고 좋은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굳이 몇 가지 더 덧붙이고 싶습니다.

먼저 제가 쓴 ‘섣불리 차별과 혐오로 규정짓는 의식을 두고…‘는 제가 써 놓고도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 글을 보며 그에 뿌리를 두고 떠오른 생각들을 쓴 것이고 또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다보니 좀 중구난방입니다.
그런데 얼숲[페이스북] 글을 보다보니 저보다 훨씬 잘 쓴, 인문학적인 소견이 있거나 요점 정리를 잘 한 글이 눈에 띄여 몇 꼭지 옮겨 옵니다.

보통 외국인이 욱일기를 사용하면, 그것을 왜 사용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설명부터 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세계대전의 산물이지만, 그들은 아시아의 역사에 무지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샘오취리는 블랙페이스가 어떠한 역사성을 가졌는지에 대한 설명을 생략했다. 한국인들에게 그 역사성을 알아야 할 의무는 없다. 블랙페이스의 부정적 역사는 서구권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고, 그것이 한국의 중심적 사회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화에 따라 한국도 그런 문제의식을 가져야 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앞뒤 다 잘라먹은 비난이라면 당연히 이런 반응일 수밖에 없다. 현 pc들의 운동이 비판받는 것 역시 그러하다. 사회운동은 사회구성원들의 충분한 논의 하에서 의식의 성숙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pc 자신들만 논의를 끝내고 나머지 대중들에게 비난만을 가하기 때문이다. 비난은 설득의 과정이 아니다. 배우지 않으려는 것 역시 죄악이나, 모르는 것을 비난하는 것도 죄악이다. – 퍼온데

그리고 가장 와 닿는 글도 있습니다. ‘의식하고 있었는가'(혹은 ‘의도하고 있었는가’?)와 ‘인종차별이 성립하는가’ 하는 두 가지 문제…(글을 다치지 않는 선에서 맞춤법, 오타는 좀 고쳤습니다.)

나는 이 논란이 무작정 한국인 자기비난 의식에 젖은 타성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이 논란이 성립되려면,
1. 의정부고 학생들이 흑인에 대한 차별(폄훼)의지(의식)를 갖고 있었는가하고,
2. 얼굴에 검은 분장을 하는 것 만으로 인종차별이 성립하는가의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고 본다.
1항의 경우, 그 학생들의 평소 언행을 통해 유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나, 그에대한 어떤 흔적도 전달된 바 없다. 어찌보면 차별의식보다 무지에 가깝다고 보는게 더 타당하다.
2항의 경우, 해당 컨텐츠에 대한 묘사가 어떤 형식이냐에 달렸다. 패러디인가? 오마쥬인가? 코스프레인가?
이 경우는 코스프레에 가깝다고 보인다. (이를 다르게 본다면 여기서 대화할 필요가 없다) 코스프레란 해당 캐릭터에 최대한 가깝게 재현하는게 핵심이다. 흑인들이 불러온 팬덤인데 누런 얼굴로 같은 모습이라고 우기면, 그게 재현(코스프레)라고 할 수 있나? 그래서 인종차별이라면, 남자가 마릴린몬로 코스프레하면서 가슴에 뽕을 넣으면 성차별(비하)인가? 가슴이 밋밋한 마릴린몬로 분장이라.. 이걸 제대로 마릴린몬로를 표현한거라고 봐 줄 사람?
무엇보다도 차별(비하)행위란 원본인 케이스가 당사자들이 부끄러워하거나, 당사자들을 비하하는 인식이 깔려있을 때 이를 흉내내는 경우이다. 과연 이 경우에 대해 원 행위자들이 불쾌해했다는 전언이 있는가? 그렇다면 사과하는게 맞다. 그 코스프레가 당사자 또는 흑인에 대한 비하인식이 전달되는가? 그렇다면 해명을 요구하는게 맞다.
단지 얼굴에 검은 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인종차별주의자 굴레를 씌운다면, 연극에서 흑인 역할은 흑인배우만을 불러와야 하고, 장애인 역할은 실제 장애인이 아니면 장애인 비하가 된다는 뜻인가?
그냥 단 한가지 모습만 가지고 모든 것의 굴레를 씌우는 기레기적 습관은 한국인 종특이 되어버린 것인가..? – 퍼온데

이 밖에도 좀 더 있지만 짧거나 되풀이라 빼겠습니다.

이번 일에서도 사람들이 ‘역사성’이라는 배경을 못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서양 사람들이 욱일기에 덜 민감한 것은 그들이 그에 대해 제대로 느낄 일이 적었기 때문입니다.(기껏 해야 전쟁에 참여해서 아시아 쪽에서 일본과 맞서 본 군인 출신 정도…?)
하지만 거꾸로 우리가 흔히 보는 ‘卍’자 무늬에 대해서 조차 서양 사람들은 기겁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하이켄크로이츠[hakenkreuz] 혹은 스바스티카[Svastika] 라고 부르는 ‘卐’ 무늬도 결국은 같은 무늬라고… -만자문 https://ko.wikipedia.org/wiki/만자문 )
서양사람들이 욱일 무늬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걸 보면 우리는 설명을 해 줘야 합니다. 그들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배경과 역사적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고 이런 것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문화 차이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런 문화 차이를 이해하지 못 한다면 욱일 무늬를 쓰는 사람은 모두 숭일부역배로 보거나, ‘卍’자 무늬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동양 사람들 나찌 숭배자로 몰아 세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놓치는 것이 ‘문화적 배경’입니다.
사실 우리가 누리는 문화, 예술 안에 차별적 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것을 만든 이들의 뜻이라기 보다는 문화, 예술이 그 시대 사람들의 삶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그래도 괜찮다’로 읽으신 분이 있다면 이 글을 그만 읽으시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 스스로 페미니스트라는 어떤 분은, 공옥진 여사의 ‘병신춤’을 장애인 비하로 보며 욕을 했고 알몸 작품들이 있는 예술품과 박물관을 없애야 한다고 하는 것도 봤습니다.(아마도 없애버려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들이 못 보게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짐작합니다.)

이론으로는 누구나 알듯이, 모든 사회현상은 ‘상대적’입니다.
시대에 따라서도 바뀌고 상황에 따라서도 바뀌고 곳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그리고 사회현상을 분석할 때는 인문학적인 바탕도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런 상대적 원리, 인문학적인 소양을 바탕에 깔지 않으면 ‘분서갱유’, ‘인종청소’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학생들에게 무턱대고 들이댔던 그 ‘차별’ 논리가 ‘폭력’이고 그 ‘폭력’은 나중에 더 큰 폭력을 낳을 것이기에 겁이 나고 걱정이 됩니다.
아니라고요? 그럴 리 없다고요?
진시황의 ‘분서갱유’, 히틀러의 ‘인종청소’가 단지 미친 한 사람이 저지른 일로 보십니까?
그런 이분법이 바로 진시황을 만들었고 히틀러를 만든 것입니다.
‘나는 결코 아니야’, ‘내 의도는 착해’…

제가 요즘 사회현상을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여러가지 인문학적인 이해 없이, 그저 겉으로 드러난 것만 가지고 너무나 쉽게 규정을 하고 윽박지르는 사회적 폭력이 너무나 널리 퍼져 있고 또 더 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